안녕하세요.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세계는 다시 한 번 무역질서의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의 취임 이후 1기보다 더 강화된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현실 정책으로 전환하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무역과 산업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선거 수사나 외교적 위협이 아닌, 실제 정책과 제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호무역주의의 귀환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1) 트럼프 재선 이후의 보호무역 정책 전개, 2) 세계 각국의 대응 움직임, 3) 한국과 기업들이 직면한 리스크와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지금 세계 무역의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의 역습
세계는 다시 벽을 쌓는가: 2025년 트럼프 재선 이후 통상질서 변화의 현재진행형
1. 트럼프는 돌아왔다, 그리고 더 강해졌다
2025년 1월 재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6개월 동안 빠르게 핵심 공약을 이행에 옮겼습니다.
무역정책의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자국 산업 보호” “글로벌 공급망의 미국화” “중국과의 디커플링”입니다.
이 기조는 전통적인 자유무역체제와는 거리를 둔, 철저한 경제민족주의 노선입니다.
▷ 중국산 제품에 일괄 60% 관세 부과 시행
▷ 미국 내 생산 비율 미달 시 세제 감면·보조금 차단
▷ 멕시코·캐나다 자동차 부품에 추가 관세
▷ IRA 및 CHIPS법 강화, 국산 비율 요건 상향
▷ WTO 협정 내 집행 유예 주장 및 양자협상 방식 선호
1기 집권기에는 전략적 협박과 전술적 관세 정책이 중심이었다면, 2기에는 제도와 법률로 정책 기조를 고정시키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교역은 더 이상 예측 가능하거나 안정적인 구조가 아닙니다. 정치·안보·기술이 결합된 복합 통상환경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2. 세계는 다시 블록을 짜고 있다 – 보호무역의 세계화
미국의 변심은 세계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국은 단순히 미국에 반발하는 것을 넘어, 자체적인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경제블록 재편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 중국: “자력갱생형 경제” 가속.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 및 자체 반도체 독립화 프로젝트 확대.
▷ EU: 미국의 IRA 규제에 대응해 “EU 산업보호법” 가동. 전기차·배터리 국산화 기준 강화.
▷ 브라질·인도: 지역 내 공급망 확대, 자국 우선 조달정책 확대.
▷ ASEAN·중동: 미국 중심 교역 의존 탈피, RCEP·GCC+ 협정 등 역내 경제 협력 강화.
특히 WTO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양자 혹은 지역 단위 협정이 세계 무역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자주의는 후퇴했고, 경제도 지정학처럼 블록을 짜고 세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자유무역주의자들에게는 퇴행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경제의 ‘전략 재정렬’이자 불확실성 속 질서 재편 과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3. 한국 기업은 지금 위기 속 기회를 읽어야 한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트럼프 2기의 정책 충격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은 실질적인 피해 또는 수익성 저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자동차 업계: IRA 보조금 자격 박탈. 미국 내 생산 확대 없이는 가격 경쟁력 급락.
▷ 반도체 업계: 미국 요구로 현지 생산 확대 중이나, CAPEX 부담 증가.
▷ 철강·화학 업계: 고율 관세 재부과 및 수입쿼터 제한 우려.
▷ 중소기업: 미국 내 B2B 조달사업 참여 제한으로 신규 진출 막힘.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① 현지화와 지역다변화 전략의 병행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하면서도, 유럽·동남아·중동 등 타 지역으로의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입니다.
② 정부 차원의 통상외교 강화
한미 FTA의 분쟁해결 절차 활용, 통상교섭본부의 역할 확대, 민관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 구성이 요구됩니다.
③ 산업 구조의 전략적 재편
탄소중립, AI, 바이오, 우주 등 미래전략 산업으로의 투자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요합니다. 미국 내 규제 대상 산업에서 자유로운 고부가가치 산업 선점이 관건입니다.
④ 내수경제의 회복과 자생력 강화
미국·중국 의존을 줄이고 국내 소비·서비스 산업의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합니다. 대외충격에 강한 ‘복합 내구형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핵심입니다.
우리는 다시 벽을 쌓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25년의 세계는 더 이상 ‘모두를 위한 개방’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조건부 개방, 전략적 자국보호, 경제안보 중심 질서로 흐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재선은 이러한 흐름을 결정적으로 가속화하는 정치적 계기가 되었고, 우리는 지금 현실화된 보호무역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역장벽이 생긴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벽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한국은 수출 강국이지만, 동시에 정치적·지정학적 유연성을 갖춘 중견국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기민함과 구조적 변화에 대한 결단입니다.
트럼프는 돌아왔고, 세계는 다시 벽을 쌓고 있습니다.
그 벽은 누군가에겐 장애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2025년의 무역환경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무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