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디지털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구글, 애플,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이 엄청난 매출을 올리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구조가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과세 방식인 ‘디지털세’를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조세 문제를 넘어 국가 간 이해관계, 기업의 전략, 소비자의 가격 부담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세가 왜 필요한지, 어떤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기업과 우리 소비자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왜 디지털세가 필요한가? – 매출은 여기서, 세금은 저기서
디지털세의 핵심은 세금의 형평성입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국경을 넘나들며 콘텐츠나 광고, 앱 등을 판매하지만, 수익은 대부분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본사를 세워 그곳으로 집중시킵니다. 이로 인해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한 나라에서는 거의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 한국에서 수천억 원의 광고 수익을 얻어도, 실제 계약과 정산은 외국 본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부가가치세 일부만 걷을 뿐, 법인세는 거의 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세금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계 여러 나라와 국제기구에서는 디지털 기업에 ‘매출이 발생한 국가’ 기준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움직임이 ‘디지털세’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2. 주요 국가들의 대응 – 유럽의 강경한 움직임, 미국의 반대
디지털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유럽 국가들입니다.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이미 자국 법을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디지털 기업에게 자국 내 매출에 대해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연 매출이 약 1조 원 이상인 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해 자국 내 매출의 3%를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으며, 이 조치는 이미 시행 중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특히 검색엔진, 동영상 스트리밍, 앱스토어 운영사 등 국경을 넘나드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기업들이 주된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디지털세를 도입하자 보복 관세를 거론하며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세는 단순한 세금 제도를 넘어 국가 간 무역과 외교에까지 영향을 주는 민감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공통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참여해 공정한 과세 기준을 정하고 공동 대응을 하자는 움직임이지만, 각국의 입장 차이가 커서 실질적인 합의까지는 많은 조율이 필요합니다.
3.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 부담은 결국 누구에게?
디지털세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히 해당 기업들입니다.
지금까지는 낮은 세율의 나라를 거점으로 삼아 수익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었지만, 디지털세는 그 구조를 흔들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회계 전략을 세우거나, 세금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돌릴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일부 나라에서는 넷플릭스나 애플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거나, 앱 수수료 구조를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소규모의 콘텐츠 제작자나 앱 개발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플랫폼 운영 비용이 늘어나면 수수료나 노출 조건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디지털세가 기존의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바로잡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국내 기업이나 전통적인 산업 분야가 해외 대기업과 경쟁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디지털세는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조세 정의를 향한 첫걸음
디지털세는 단순히 몇몇 기업에서 조금 더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수익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물리적인 사업장이 아닌, 디지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에 맞는 과세 체계를 만들어가려는 시도이며, 이는 앞으로의 조세정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기업뿐 아니라 우리 소비자들도 이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금은 단지 정부의 수입원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과 지속 가능한 경제 질서를 만들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기업의 전략, 정부의 세제 개편, 그리고 소비자의 권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는 세금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도 함께 이뤄져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