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미술은 단순한 종교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신에게 닿기 위한 시각적 중재 행위, 즉 영적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예술이다. 이 시기의 예술가들은 현실을 재현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붓끝은 ‘보이는 것’을 그리기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려 했다.
비잔틴 예술의 중심에는 ‘아이콘’이 있다. 아이콘은 회화이면서 동시에 기도였고, 물질이면서 동시에 신적 현존이었다.
이 글은 비잔틴 제국의 예술관이 어떻게 신과 인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매개했는가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측면
①아이콘의 신학적 의미
②비잔틴 미학의 철학적 기반
③시각적 경험과 신성의 감각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아이콘: ‘그림’이 아닌 ‘현존’의 도상학
비잔틴 제국에서 ‘아이콘’은 단순한 성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과 성인, 천상의 존재가 ‘이 땅에 현존한다’는 신앙의 증거였다.
아이콘은 성스러운 이미지와 물질이 결합한 신학적 장치였으며, 보는 행위 자체가 곧 신앙 행위로 간주되었다.
이는 ‘성상파괴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8세기 초, 일부 신학자들은 “신의 형상을 인간이 그릴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콘을 우상 숭배로 규정하고 파괴를 명령했다. 그러나 성상옹호론자들은 이렇게 반박했다.
“성육신의 신비 이후, 신은 더 이상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형상을 취하셨다. 그러므로 그분의 형상은 시각화될 수 있다.”
이 논쟁을 통해 아이콘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신의 현존을 가능케 하는 매개물’로 재정의되었다. 즉, 비잔틴 사람들에게 아이콘은 ‘그림’이 아니라 ‘존재’였고, 감상은 곧 기도였다.
2, 감각보다 신성을 우선한 비잔틴 미학의 철학
비잔틴 예술은 사실적 묘사나 감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인체의 비례나 원근법보다 영적인 상징성과 비현실적 질서가 중요했다. 금빛 배경,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 무표정한 얼굴는 감각의 세계를 초월한 신의 영역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이는 당시의 철학적 기반인 플라톤주의의 영향과 깊게 맞물려 있다. 플라톤의 사상에서 ‘보이는 세계’는 불완전한 모사이고,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가 진정한 실재였다. 비잔틴 미술은 이 사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즉, 현실의 아름다움보다 형이상학적 진리의 상징화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그 결과, 비잔틴 미술의 인물들은 생명감보다는 정적이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그들의 얼굴에는 감정이 없지만, 바로 그 ‘무표정’이 신성의 침묵과 무한함을 상징한다. 이는 인간의 감각을 통해 신성의 세계를 직관하게 하는, 일종의 시각적 신비주의였다.
3. 빛과 시선: 신성의 감각화와 시각적 중재
비잔틴 예술은 ‘빛’을 신성의 가장 직접적인 상징으로 여겼다. 모자이크의 금빛 배경, 돔 위에 쏟아지는 자연광, 성당 내부의 반사 효과는 물리적 빛을 넘어 ‘신의 영광’을 재현하는 장치였다.
콘스탄티노플의 성 소피아 성당은 그 대표적 예다. 그곳의 빛은 건축적 장식이 아니라 신학적 체험이었다. 방문객이 돔 아래에 서면, 금빛 모자이크가 빛을 반사하며 천상의 공간이 현실 속에 열리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것은 단순한 시각 효과가 아니라, 인간이 신적 세계와 ‘시각적으로 교감하는 순간’을 연출한 것이다.
또한, 비잔틴 아이콘에서 인물들의 시선은 항상 ‘정면’을 향한다. 이는 감상자를 응시하는 신의 시선이자, 신과 인간이 서로를 인식하는 시각적 관계의 구축을 의미한다. 감상자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존재가 아니라, 그 시선 안에서 ‘보임을 받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비잔틴 미술은 신과 인간이 시선으로 만나고, 그 만남 속에서 신성이 감각화되는 독특한 미학 구조를 완성했다.
시각의 초월, 예술의 신성화
비잔틴 제국의 예술은 현실을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현실 너머의 실재’를 보여주려 했다. 아이콘은 그 통로였고, 빛은 그 매개였다. 인간의 감각은 신성의 도구로 재해석되었으며, 보는 행위는 곧 신을 체험하는 행위가 되었다.
비잔틴 미술의 본질은 ‘형상화된 신학’, 즉 시각적 예배의 완성이다. 오늘날 우리의 예술이 감각적 자극과 개인적 감정을 중시한다면, 비잔틴 예술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그것은 예술을 통해 인간을 초월의 세계로 이끌려는 시각적 구도(求道) 였다.
비잔틴 제국의 예술관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보이는 것은 단지 표면일 뿐이다. 그러나 그 표면 속에는 신이 스스로를 드러낸다.”